나는 그때도 외로웠는데 by 늦어도11월

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들의 반복이 지겨워 돌아서지만 딱 일주일만 지나면 그 모든 것들이 다 그립다. 그 힘겹고 그리운 날들에 제이크가 있었다. 

조경란은 그리운 날들에 제이크라는 악어를 이야기했지만, 내 그리운 날들엔, 너무 뻔하게도 네가 있었다. 이전의 연애에서 이렇게까지 이별한 누군가를 그리워해본 적이 있던가. 늘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그리워한 것은 맞다. 그건 어떤 한 사람이기보다는 막연한 어떤 시절, 순간, 느낌 같은 것들이었다. 뚜렷한 대상 없이 늘 애틋함을 사랑했다. 생각해보면 일종의 병인 것 같다. 명확하게 너라는 존재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그래서 의심이 든다. 보고 싶고 다시 안고 싶고 곁에 서고 싶다.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채, 그 순간을 다시 느끼고 싶다. 왜일까, 나는 그때도 외로웠는데. 

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버리는 걸 견디기가 힘들다. 너무 많은 것들이 지나쳐버리는데 무얼 잡고 싶은 건지도 정확히 모르겠다. 그저 지금이 그럴 나이라고 핑계를 댈 뿐이다.

- 10년. 거기에 큰 의미를 두고 싶었다. 사랑도 잠깐이었고 밥 먹고 잠자는 것 외에 지금껏 살면서 어떤 한 가지 일을 8년 동안 계속해온 적이 없었다. 그리고 나는 내가 작가로서 8년이나 버티고 살지도 몰랐다. 그러므로 작가로서의 10년이란 나 자신에겐 무척이나 대견하고 기특한 시간이 될 것이었다. 

작가가 쓴 글을 보며 나도 내 이야기를 붙여보았다. 나 역시 내가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. 여느 직장인들이라면 당연한 흐름이긴 한데 평범하면서도 그 흔한 평범을 잘 따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스스로도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. 하지만 기특하다기보다는 뭐랄까, 이젠 정말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야 할 텐데, 잘 할 수 있을까,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. 10년이면 그 일에선 전문가가 된다는데 전문가는 커녕. 늘 불안하고 두렵다. 사랑도 잠깐이었다, 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부럽다.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몹시, 아아, 왜 나는 아직도 다른 이들에 대해 부러운 것 투성이인지.

-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건 조금 늦게 와도 좋다. 기다리는 동안의 환희에 가까운 고통, 그 애탐과 간절함. 때로는 그 힘이 내 삶의 가장 큰 구심점이 되기도 하니까.

지금 간절히 원하는 건 무엇일까. 간절함. 무언가 간절히 원해본 적이 있기는 했나.


1 2 3 4 5 6 7 8 9 10 다음